성균관대학교 CORE사업단
BOOKMARK
SITEMAP
커뮤니티
Administration office of CORE

참여후기(학생)

커뮤니티 참여후기(학생)

작은 풀뿌리가 찾아준 나 (김채린)

작성자
작성일 18-01-03 10:46 | 697 | 0

본문


작은 풀뿌리가 찾아준 나

2017년도 1학기 풀뿌리 학회 참가자 김 채 린

 

코어사업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재밌게도 대한민국의 성균관대학교에 재학할 때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였다. 보르도 지방에 있던 나에게 라호셸로 교환학생을 왔던 친구가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교환학생 과정을 통해 발생한 비용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그 친구는 그래도 코어사업단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줘서 다행이야.”라고 했다. “교환학생을 가는데 장학금을 준다고? 세상에!” 놀란 나의 반응에 친구는 몰랐냐며 인문학 발전을 위한 기관으로 문과대의 코어사업단을 소개해주었다. 그게 코어사업단의 이름을 처음 들은 계기였다.

2017년 초, 나는 프랑스에서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겨울방학은 금방 지나 어느덧 개강할 시기인 봄이 다가왔다. 한국에 돌아온 기쁨에 빠져 방학 내내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잊고 살았다. 수강신청을 하자 그제야 다시 접한 프랑스에 움찔했고, 첫 수업을 듣자 가슴이 콩닥거렸다.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프랑스 문화와 프랑스어가 그리웠다. 때마침 학과의 설명회를 통해 프랑스 드라마를 통해 프랑스어와 문화를 공부하는 풀뿌리 학회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공부와 향수 모두를 충족시켜줄 방안이 덜컥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20171학기 풀뿌리 학회 지원서를 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다시 코어사업단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풀뿌리 학회도 코어사업단 사업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도서나 간식 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모임을 위한 다과를 준비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학생들에게는 소정의 지원금이라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풀뿌리 학회 지원서를 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였다.

내가 지원한 학기에는 코어사업단이 신청한 모든 학회를 지원해줄 수는 없을 정도의 지원자가 있다고 했다.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혹시 떨어질까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중 선정 공고가 올라왔다. 우리 학회 이름을 찾으며 명단에 써진 학회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살피게 되었다. 여성주의, 인권, 고전문학, 국문학 어학, 우리와 유사한 도이치 필름까지 정말 다양한 학회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하다 취업과 졸업을 눈앞에 둔 내게 간혹 대학은 정말 학문을 위한 곳일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선정 공고의 명단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모여 연구할 것을 생각하니 자랑스러우면서도 지난 내 생각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35개의 학회 중에서 29번째, 가나다순이었기에 마지막 쪽에 우리 학회의 이름이 걸린 것을 발견했다. 진심으로 기뻤다. 미약하지만 대학은 학문을 위한 곳이라는 잊고 있던 나의 욕망이 꿈틀 피어올랐다.

대표자로서 관계자님과 면담을 통해 우리 학회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나 자신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목적을 인정받고 학회 활동을 시작해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지자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어색함을 느꼈다. 진짜 내가 취업을 위한 경영 학회가 아닌 그냥 나의 인문학 전공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한 학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코어사업단과 함께 이야기하며 지원비를 조율하고, 사전계획서를 제출하자 조금 더 내가 학교의, 코어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풀뿌리 학회 활동을 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학회의 첫 모임 날이 되었다. 전공 교수님들이 풀뿌리 학회를 지원해주셔서 필요한 자료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웃기게도 프랑스에 살 때는 기숙사에 사느라 텔레비전이 없어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다. 한국에 오면 더더욱 그럴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 기회가 풀뿌리 학회를 통해 생겼다. 심지어 프랑스 드라마를 프랑스 자막으로 볼 수도 있고, Transcription과 내용에 관해 토론 할 수 있는 자료도 받았다. 학생들의 활동과 공부에 관심을 써주신 교수님들과 조교님들 덕에 마음이 따뜻한 풀뿌리 학회 활동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배도 든든했다. 같이 하는 친구들과 수업 일정을 조정해 공강 시간에 만나 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학회 시간은 대부분의 수업이 모두 마치는 저녁 6시 이후가 되었다. 학회가 있는 날마다 학교에서 비용을 들여서 저녁을 사먹는 일은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어사업단이 교내 카페 사랑방과 연합해 풀뿌리 학회 활동가들에게 지원한 간식비가 첫날부터 우리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었다. 첫날 모임을 끝내고, 사랑방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셨다. 준비와 비용에 대한 부담이 모두 덜어진 만큼 더욱 편안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활동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마음에 부담이 없으니 모이는 것이 편했다. 매주 한 편씩 프랑스 드라마를 각자 집에서 보고 왔다. 학회 시간에는 드라마에 나온 프랑스어를 익히고, 관련 내용을 공부했다. 드라마를 통해 새로 알게 된 프랑스 문화가 있다면 무엇인지에 관해 끝나고 사랑방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매주 활동이 끝나면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코어사업단에 제출해야 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음에 부담이 느껴졌다. 어떻게 매주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나하는 걱정도 들었다. 막상 쓰다 보니 함께 모여서 한 내용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제출 후 컴퓨터에 남은 파일 목록을 보니 괜히 활동에 대한 기록이 남는 것 같아 뿌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프랑스어가 더 잘 들리게 되었다. 그 쾌감과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이 하는 친구들과도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풀뿌리 학회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이것보다 더 많았다. 우선 풀뿌리 학회 활동을 하다 보니 과의 소식이 더 잘 들리게 되었다. 그 중 원어민 교수님이 추천하셔서 학회 회원들과 함께 프랑스 전통 공놀이인 페탕크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페탕크 대회 연습 시간은 풀뿌리 학회 활동 시간 이후와 이전을 활용했다. 교수님께 페탕크 규칙도 배우고, 교수님과 학회에 관한 이야기도 더 활발하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공부와 연습이 너무 재밌어 같이 하는 친구들과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전부 모이지 못하더라도 여러 번 모이며 연습한 결과 당당히 16개 대학 중 우승을 하게 되었다. 우승 상품은 알리앙스 프랑세즈 한 분기 무료 수강권이었다. 우승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대회 장소 근처였던 서래마을에 있는 프랑스 카페에 갔다.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풀뿌리 학회가 준 기회였고 너무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었다며 감사하다는 예쁜 말이 오갔다.

각종 특강도 듣게 되었다. 한 번 코어사업단의 활동을 참여하자 다른 활동들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참여도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개인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유럽대사들을 초청한 특강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는 읽을 수 없는 세계정세나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학기가 마칠 때가 다가왔다. 마지막 활동보고서를 쓸 즈음 학회원들 중 하나는 다음 학기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갈 생각이 있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같이 한 친구들이 전부 나와는 달리 아직 프랑스를 직접 다녀온 경험은 없었다. 나는 코어사업단이 지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과 코어+글로벌인문학 교환학생 제도를 소개해주었다. 그 중 한 친구는 코어+글로벌인문학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했다. 보르도에서 나에게 장학금을 받고 교환학생을 다녀왔다고 말한 친구가 생각났다. 나는 몰라서 그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그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덧 풀뿌리 학회를 했던 2017학년도 1학기가 반년 전 일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다양한 코어사업단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특히 코어 사업단을 통해 바쁜 학기 와중에도 문화인이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어로 된 영화를 영화관에서 자주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스크린에 걸리더라도 관람하기 힘들 때도 많다. 2017년 하반기 개봉한 영화 중 보고 싶던 나의 엔젤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는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개봉했고 청불 영화답게 시간대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결국 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 아쉬움은 코어사업단이 주관하는 퀘백 문화 주간영화로 보는 유럽 사회와 문화행사를 통해 채울 수 있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성행하고 프랑스어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퀘백 지역과 그 문화도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관심도와는 반대로 이에 관한 것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은 상황에서 코어사업단이 주관하는 퀘백 문화 주간이 열렸다. 프랑스어로 된 영화도 보고 싶었던 찰나 참여한 행사에서 새로운 프랑스어권에 대한 호기심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퀘백 영화를 보기 전 교수님이 해주시는 짧은 설명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퀘백 문화에 대한 짧은 설명, 감독 소개, 영화의 배경과 이후 영향에 관한 정보는 어느 영화관을 가더라도 얻을 수 없는 정보기 때문이다.

퀘백 문화 주간 이후 열린 영화로 보는 유럽 사회와 문화행사에서는 최신 프랑스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 행사 기간 동안 볼 수 있던 두 편의 영화 중 하나인 2016년도에 개봉한 도미니크 아벨과 피오나 고든 감독의 작품 로스트 인 파리는 내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나는 드라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유럽 영화, 특히 프랑스 영화는 내겐 너무 어려운 것으로 느꼈다. 하지만 로스트 인 파리는 굉장히 편하고 재밌었다. 이제는 프랑스 영화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코어사업단과 풀뿌리 학회 활동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다양한 경험을 하는 대학생활이 되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아주 작은 동기로 시작한 풀뿌리 학회는 지금 나를 다양한 코어사업단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양한 프랑스와 프랑스어권 문화를 아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다. 프랑스 드라마 한 시즌을 봤고, 페탕크 대회도 참가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여름방학 때 다녔고, 이번 학기에는 다양한 프랑스 영화를 보았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대학 때 했던 경험들 중 가장 빨리,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나 자신도 그만큼 빨리,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성장했다고 느낀다. 그러니 더욱 아쉽다. 분명 4학년보다 일찍 알았다면 더 좋은 변화를 더 빨리 겪었을 것이다. 갓 고등학교에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나 이제 대학생도 벗어나 진정한 사회로 들어가려는 지금까지 여전히 정보를 찾는 내 실력은 조금 부족하다. “정보가 힘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닌가보다. 그래도 대학생활 늦게나마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즐거웠다.

얼마 전에는 코어+글로벌인문학 장학생을 통해 갈 수 있는 프랑스 학교 중 인턴십도 병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모르는 후배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저번 학기 있던 코어인턴십을 보고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리고 있고, 앞으로 취업과 관련한 활동 중 관심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만약 아직 코어사업단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거나 알아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두려웠다면 지금 이 체험수기가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 수업과 동아리, 취업을 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풀뿌리 학회를 시작으로 인문학도와 프랑스어문학과 학생으로서 나의 코어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들었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기회는 가까이에 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
DOWN